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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백서

대학원 백서 - 대학원에선 무엇을 하나요?

대학원 진학을 위해 지원하신 분들, 대학원에 관심 있으신 분들, 대학원에 막 입학하신 분들께서는 모두 근본적인 질문 하나를 머릿속에 갖고 계실 겁니다.
“대학원에선 무엇을 하나요?”
“대학원 생활은 어떻게 되나요?”

당장 대답한다면, 누구나 “연구를 합니다” 라고 하겠지요. 조금 더 길게 대답하시는 분들은 “지도교수 밑에서 연구실의 인프라를 이용해 연구를 해서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습니다” 라고 할 겁니다. 


하지만 박사학위를 마친 제가 되돌아볼 때,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께선 훨씬 다양한 것들을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서 하는 것에 대해 연구 말고도, 혹은 연구에 필요한 구체적인 활동들을 이것저것 많이 들어보셨을 테니까요. 아래와 같이 말이죠.


* 대학원에서는 물론 연구를 합니다. 그 연구를 위해서, 실험장비 세팅도 하고, 컴퓨터 코딩도 하고, 데이터 분석도 합니다. 논문도 읽고 정리합니다. 수업도 듣고 시험도 치고, 세미나에도 참석합니다.

그리고 지도교수님과 토의도 하고, 학생들이 모여서 랩미팅도 하고 랩세미나 즉 연구발표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혼도 나고 칭찬도 받습니다. 어떤 분들은 빠르게 적응하는 반면, 어떤 분들은 끝까지 헤메기도 합니다.

학술대회에서도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고, 학회에 참석해서 발표하고 교류합니다. 이러한 모든 활동은 국내 대학원이더라도 외국 학생과 영어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나중에는 논문을 쓰기 위해 글 구성과 그림 디자인을 고심하고, 참고문헌을 정리하고, 왜 이 연구가 새롭고 중요한지 강조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짭니다. 그것도 영어로요. 부족한 영어실력을 늘리기 위해 공부하고, 영어 논문 교정과 첨삭도 받습니다.

그렇게 마침내 Draft를 완성해 국제 학술저널에 논문을 제출합니다. 때로는 거절당하지만, 수정의 기회가 생기면 리뷰어들의 수정 지시사항을 이행해서, 마침내 자신의 이름이 첫 번째로 걸린 논문을 게재합니다.

연구실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 연구 외 업무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강의 조교를 합니다. 또한 방장도 하고, 예산관리도 하고, 컴퓨터 관리, 물품 관리, 교수님 업적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합니다. 운이 나쁘면 교수님의 개인적이고 심지어 부당하기까지 한 지시를 따르기도 합니다. 연구에 일부 포함되는 국가 또는 기업과제를 수행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연구주제와 다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대학원을 유지하면서 조금이나마 월급도 받긴 합니다. 일부 학생들은 산학장학생이 되어 기업으로부터 돈을 더 받거나, 장학금 또는 연구과제 인센티브를 받기도 합니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원 박사과정을 대체복무, 즉 전문연구요원 복무기간으로 보냅니다. 이 기간동안 행정실도 많이 다니고, 훈련소도 갔다옵니다.

일부 학생들은 먼 곳에서 와서 근처 방을 구하거나, 대학원 과정 동안의 결혼을 결정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기도 합니다. 일부 학생들은 중간에 다른 길을 찾거나, 건강을 잃거나, 부정적인 환경에 실망하거나 해서 학위를 받기 전 연구실을 떠나기도 합니다.

대학원 졸업이 가까워지면 대학원 이후 진로, 즉 취업이냐, 연구자가 되기 위한 소위 ‘대학원 포닥’을 하느냐를 고민합니다. 취업한다면 어떤 회사에 취업할까, 연구자가 된다면 어느 대학 교수 임용에 지원할까, 또는 어느 정부출연연구소(정출연)에 지원할까 고민합니다.

대학원의 기나긴 과정을 끝까지 지낸 학생들은 마침내 졸업을 합니다. 중간에 논문제출자격시험이라는 벽도 뛰어넘고, 학위논문 주제를 잡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주제가 잡히면 열심히 결과를 뽑고 분석하고, 스토리를 만들어서 소위 ‘디펜스’라고 불리는 최종 연구발표를 준비합니다. 

디펜스 날에는 심사위원 분들 앞에서 어렵게 발표하고 숱한 질문들에 고전합니다. 마지막 학기에는 두꺼운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렇게 마침내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습니다.


네, 대학원에서는 연구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는 위 항목들 하나하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보려 합니다. 아, 물론 제 의견이 법칙인 것은 결코 아닙니다. 대학원은 소위 ‘케바케’가 정말 많습니다.

다만 저 또한 대학원 초기에 저런 일들 하나하나에 대해 궁금했고, 나름 많이 고민했으며, 그 결과 S대 공대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제학술지에 논문 주저자 3편 & 공동저자 2편을 게재했고, 학술대회에서 우수논문상을 4번 받았고, 전문연구요원도 했습니다. 대학원을 무사히 졸업한 지금의 제가 대학원 인턴 & 초년차 시절의 제게 조언해준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세심하게 다뤄보려 합니다.

 

이미 최윤섭 박사님 등 세 명의 고수분께서 쓰신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이라는 훌륭한 책이 있긴 합니다만, 그 책이 대학원이라는 숲을 보여주는 책이라면, 저는 나무 하나하나를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앞으로 작성할 글들이 대학원 진학 예정이시거나 염두에 두신 분들, 대학원 저년차분들, 이런 지인을 두신 분들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꾸준히 글을 써 나가겠습니다.